01.레몬청 본문
19년 01월 12일 (토요일)
소소의 일상 01
(의식흐름기법주의)
무슨 바람이 들어서인지, 올 겨울 레몬청과 함께 따끈따끈하게 보내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운영하고 있는 청과쪽에 레몬이 싸게 올라와 화요일날 주문을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반박스에 80과가 들어있는 레몬을 반띵해서 함께 썰어줄 동료도 아주 스피드하게 구했다. 이틀이 걸려서 받아본 레몬택배는 실제로 터서 보니 80과,,, 어마무시한 녀석임을 알 수 있었다. (혼자 먹을 용이면 10과정도로 해도 충분히 먹을 수 있을듯 하다... 다음부턴 10개씩만 사서 할생각)
토요일 오전에 친구와 함께 레몬청을 담그기로 했는데, 그날 레몬세척을 하면 시간이 너무 금방 갈 것만 같아서 그 전날(금요일) 반차를 쓰고 집에 들어와 레몬을 세척한다. (레몬세척하기 위해 반차썼습니다... 끙)
자취하는 집에 큰 대야가 있을리도 만무하고, 베이킹소다가 있을리도 만무하다. 집으로 오기전 다이소에 들러 적당한 크기의 대야2개와 베이킹소다를 사왔다. 그리고 화장실에 앉아 레몬세척하기 준비완료!
아니 근데 왜 레몬에 스티커를 다 붙여놓는거죠? 이거 떼는 것도 일이더라. 화장실 한쪽에 스카이캐슬 지난화를 보면서 스티커를 열심히 뜯었다. 미국에서 넘어온 레몬이라 농약이 많다지? 오늘 제대로 레몬세척을 해볼 예정이다. 선물 받을 사람 중 한명이 임신을 했기 때문에 더 세심해지는 거 같다. 흠
본의아니게 베이킹소다 가격이 나와버렸지만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베이킹 소다의 뒷면을 보니깐 1리터의 물에 베이킹소다를 넣고 쉐킷쉐킷 한다음 과일먹을때 세척하면 좋다고 한다. 나는 체리나 청포도 같은 껍질채 먹는걸 좋아하니깐 다음번엔 사용하면 좋을 듯 하다.
80개를 한번에 하면 너무 힘들거 같아 다른쪽 대야에 소량을 넣은뒤 베이킹소다를 골고루 뿌리고, 고무장갑을 낀채로 박박 문질렀다. 박박. 박박박...
너무 힘들다. 내가 왜 친구꺼까지 해준다고 했을까... 그래도 불행중 다행인게, 친구는 20개만 담그고 20개는 생과로 가져간다고 한다. 하하하 사랑해
그 다음 물에 담궈 10초간 둔다음 또 빡빡 문질러서 깨끗한 물에 씻어냈다.
베이킹소다로 1차를 했다면, 2차는 식초다! 생각보다 자취하면서 식초를 쓸일이 없었다. 내가 신걸 별로 안좋아해서 그럴지도... 9월달에 샀던 그대로의 양을 유지하고 있는 식초를 콸콸 부어 물과 희석한다음 식초물에 데굴데굴 레몬을 굴려 또한번 세척했다. 베이킹소다로 세척할때보단 쉬웠다. 그냥 화장실내에 코를 찌르는 식초냄새가 힘들었을뿐...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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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세척! 굵은 소금이다. 요즘 굵은 소금으로 샴푸질하면 두피에 좋단 소리를 들었는데, 레몬도 굵은소금으로세척을 하더라. 굵은 소금을 촵촵 뿌려서 막 문지르니깐 스크럼하는것마냥 레몬향이 찐하게 뽝 퍼져오면서 레몬껍질 사이사이에 있는 농약이 제거가 깨끗하게 잘 될것만 같았다. 그나저나 베이킹소다 세척에 이어서 굵은소금 세척도 힘들었다. (팔빠지는줄,,, 레몬청 담그고 몸살걸렸습니다..웩)
굵은소금으로 세척한 레몬들을 뜨거운 물에 넣어 돌리면서 마무리세척 완료! 처음엔 너무 오랫동안 뜨거운물에 담궈놔서 레몬이 익은게 아닐까 싶었는데, 나중에는 감이 오더라. 이렇게 한두번만 더 하면 레몬청 담그는 고수가 될 듯.
물기를 닦아서 레몬준비는 완료! 내일 친구가 오면 열심히 썰어서 설탕과 함께 차곡차곡 담그면 된다. 참 쉽죠?
그런데 나는 또 선물하려고 하는 분들이 단걸 안좋아하고, 자몽을 좋아했던게 기억이 나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자몽을 사러갑니다. 그런데 요즘 레드자몽 안나오나요? 레드자몽이 없다. 레드자몽은 없고 메로골드 자몽? 그니깐 청자몽만 있다. 나는 생전 청자몽은 먹어보지도 않았는데, 우선 자몽이니깐 씁쓸한 맛은 있겠지 싶어 집어왔다. 엄청 큰 청자몽3개를 집어와서 집에와 간단히 세척을 하고 손질하기 시작함. 역시나 스카이캐슬 지난화를 보면서. 이 레몬청을 전적으로 믿으셔야합니다. 믿으셔야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xx... 자몽 까는거 너무 힘들었다. 껍질이 너무 두꺼워서 내 손가락도 부러지는줄... 껍질을 같이 넣으면 안그래도 쓴 자몽이 더 써진다고 들은건 있어서 열심히 껍질을 깠다. 그리고 설탕에 절여서 냉장고에 넣어놨다. 내일 레몬청 담글때 조그만한 3병에는 자몽을 넣어서 선물할거다. 야호
토요일 아침이 되고, 팡팡이가 왔다. 우린 말없이 열심히 썰고 레몬의 씨를 골라내서 버린뒤, 슬라이스한 레몬넣고, 설탕 붓고, 자몽넣고 레몬올리고, 설탕 붓고!!!!!
한병 완료!!!
두병 완료!!!
세병 완료!!!
정말 감격스럽다. 나 정말 울지도 몰라.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싶으면서도 하고나니 뿌듯하기도 하고, 과연 받는 사람들이 기뻐할까 싶기도하고...
다떠나서 맛있을까? 이게 젤 걱정이다 킁..
대망의 떼샷. 떼샷을 빼먹을 수 없다. 사진고자인 내가 자취집의 더러운 꼴을 보일 수 없어 최대한 노력한 샷. 레몬 30과로 950ml 4개와 500ml 3개, 350ml 2개가 나왔다. 정말정말 뿌듯하다. 직장인의 황금같은 주말과 바꾼 레몬청이랄까...? 하하
팡팡이가 가져다 준 담양 딸기. 정말 싱싱하고 크다. 집에 딸기냄새가 확 풍긴다. 딸기향수 저리가라인데? 흠
하지만 나는 딸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작은언니 집으로 고고씽.
레몬청과 큼지막한 딸기4개. 겜하면서 먹으니깐 기분 오진다. 뭔가 조금 더 딜량이 나오는 거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호호 인스타에 올릴만한 정사각형 갬성사진 하나 찍고 마무리를 한다. 온몸이 아프지만 나쁘지 않는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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